공항에서 열 체크 실패로 긴장한 썰

해외여행의 설렘을 안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강화된 방역 절차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죠. 저 역시 몇 달 전, 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모든 준비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권, 비행기 표, 숙소 예약 확인은 물론이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까지 꼼꼼히 챙겼으니까요.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가장 먼저 통과해야 하는 관문, 바로 열화상 카메라 앞이었습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아무런 걱정 없이 카메라 앞을 지나려는데, 갑자기 직원 한 분이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잠시만요, 고객님. 체온이 조금 높게 측정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에는 온갖 불길한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만약 여기서 출국이 거부된다면?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함께 가기로 한 친구에게도 큰 민폐를 끼치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잠시 옆에서 대기하며 물을 마시고 안정을 취한 뒤 다시 측정해 보라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숨을 골랐지만, 이미 극도의 긴장감은 온몸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이 짧은 순간이 제게는 영원처럼 느껴졌고, 공항의 소음마저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과연 저는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아찔했던 공항 열 체크 실패 후기를 생생하게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앞두고 계시거나, 공항에서의 돌발 상황 대처법이 궁금하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던 출국 당일, 첫 번째 경고등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럽 여행 출발 당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며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이었습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뜨였고, 마치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도 창밖 풍경보다는 다가올 여행지에 대한 상상으로 가득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 로마의 콜로세움,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까지, 머릿속은 이미 온갖 로맨틱한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었죠. 공항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항공사 카운터의 분주함, 여행 가방을 끄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즐거운 소음으로 느껴졌습니다. 친구와 만나 수하물을 부치고 출국 수속을 위해 이동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첫 번째 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보안 검색대로 들어가기 직전, 모든 승객이 의무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섰을 때였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통과하려는데, 갑자기 안내 요원이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고객님,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안내 요원을 따라가니, 제 이마에 비접촉식 체온계를 가져다 대더군요. 삑 소리와 함께 액정에 표시된 숫자는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37.8도. 정상 체온 범위를 살짝 웃도는 수치였습니다. 안내 요원은 "고객님, 체온이 다소 높게 측정되셨습니다. 잠시 저쪽 의자에 앉아 안정을 취하신 후 10분 뒤에 다시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습니다. 열이 난다는 자각 증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목이 아프거나 기침이 나는 것도 아니었고, 몸살 기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공항까지 급하게 오느라 일시적으로 체온이 오른 건 아닐까? 아니면 공항 내부의 더운 공기 때문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친구는 옆에서 괜찮을 거라며 다독여주었지만, 제 마음은 이미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만약 재측정에서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위약금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 10분이라는 시간이 마치 10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손에는 땀이 흥건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열 체크를 통과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제발, 제발 정상으로 돌아와라.' 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두 번째 측정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여행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불안과 초조함만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긴장 속 재측정,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의 빛

1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체온을 측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차가운 생수를 연거푸 마시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습니다. 친구는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며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이미 극도로 예민해진 제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투를 벗고 최대한 몸을 시원하게 만들려고도 했습니다. 드디어 안내 요원이 다가와 다시 체온계를 제 이마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정상으로 나와야 해.' 간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삑 소리와 함께 요원이 체온계를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한 마디, "음... 아직도 조금 높으시네요. 37.6도입니다." 절망감이 온몸을 덮쳤습니다. 처음보다는 아주 약간 내려갔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었습니다. 안내 요원의 표정도 썩 밝지 않았습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한 번 더 대기하셨다가 측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다음 측정에서도 체온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지 않으면, 저희도 규정상 출국 허가를 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온 친구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운 빛이 역력했습니다. 친구는 "괜찮아, 다음엔 꼭 괜찮을 거야. 너무 긴장해서 그래."라며 저를 위로했지만, 이미 제 머릿속은 최악의 상황까지 그리고 있었습니다. 항공권을 취소하고, 숙소 예약을 변경하고,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토록 고대했던 여행을 시작도 못 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때, 다른 직원이 다가와서 제 상태를 물었습니다. 저는 현재 아무런 증상도 없고, 평소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간절하게 설명했습니다. 혹시 최근에 감기약을 복용했는지, 특별히 몸에 이상을 느낀 적은 없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최대한 침착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답변했습니다. 다행히 그 직원은 조금 더 시간을 주겠다며, 이번에는 20분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측정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는 혹시 모르니 공항 내 약국에서 해열제를 구입해서 복용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에 일말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친구는 곧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해열제를 사 왔고, 저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습니다.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래도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기회뿐이었습니다. 이 마지막 측정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생각에 다시금 긴장감이 몰려왔지만, 동시에 '이번에는 정말 괜찮을 거야'라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계속해서 되뇌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저 비행기를 타고 꼭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얻은 교훈, 여행의 소중함

마지막 체온 측정을 앞두고, 저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이었습니다. 해열제를 복용한 지 약 20분이 흘렀고, 그동안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최대한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공항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도움이 되는 듯했습니다. 드디어 약속된 시간이 되었고, 아까 그 직원이 다시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신중한 표정으로 체온계를 제 이마에 가져다 댔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숨 막히는 정적의 시간. 삑 소리가 나고 직원이 체온계의 숫자를 확인하는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내뱉을 뻔했습니다. "네, 고객님. 37.2도입니다. 이 정도면 정상 범위로 볼 수 있겠습니다.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모르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반복했습니다. 친구 역시 환하게 웃으며 제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공항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여행에 대한 설렘도 다시금 피어올랐습니다. 열 체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마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 그리고 공항까지 오면서 조금 서둘렀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랐던 것 같습니다. 혹은 처음 사용했던 열화상 카메라가 유독 민감했거나, 제 컨디션이 순간적으로 좋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서자, 저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면세점의 화려한 불빛마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친구와 저는 방금 전의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이지,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이었어. 액땜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자!" 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이번 일은 앞으로의 여행을 더욱 순조롭게 만들어줄 액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저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째, 공항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항상 발생할 수 있으니,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면 미리미리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시작은 아찔했지만, 이 작은 해프닝 덕분에 저는 이번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여행에서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긴장감은 여전히 생생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